수필

우리들은 1 학년!(6)

새암 2005. 3. 14. 15:33

                              여  름

  날씨가 - 좋구나, 봄이 - 왔구나, 꽃이 - 예쁘다를 외치고,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을 목청껏 부르며 운동장 곳곳을 누볐던 3·4월은 가벼운 흥분으로 출근했던 날들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과 꾸밈없는 행동들은 신비의 세계, 인간의 발견, 바로 그것이었다.
  태양은 열기를 더하고, 운동장 내닫는 꼬마들의 함성은 더욱 높아 가는 오월. 어린이 날 기념 운동회, 어버이 날, 스승의 날 행사로 짜증도 나지만 상큼한 아카시아 향기가 기운을 돋운다.

 

○ 사제유친

  춤과 노래로 마술로 아이들과 눈 높이를 같이했던 날들. 기분전환으로 하는 노래와 율동은 아이들을 신명나게 했다. 부동자세를 거부하고 의자 위로 책상 위로 올라서서 맘대로 박자 휘저으며 부르는 애국가와 신나게 춤을 추게 하는 월드컵 송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숨넘어갈 듯 소리소리 지르며 애국가 4절까지를 부르는 모습은 대견했고, 온갖 몸짓으로 방방 뛰는 숫기 좋은 모습들은 나를 민망하게 했다. 뱃속까지 요동치게 하는 음향 기기들이 자기 표현을 서슴없이 하게 하나 보다.
  마음이 열리고 입이 터지더니 쉼 없이 조잘댄다. 선생님은 꼭 어린애 같아요? 애인 있어요? 우리 이모 소개해 줄게요. 배고파요. 엄마 술 먹고 늦게 와서 아빠와 싸웠어요. 엄마는 고스톱 선수예요. 머리띠 묶어줘요. 눈약 넣어주세요. 허리띠 졸라줘요. 이빨 빼주세요. 쉴 틈을 주지 않고 몰려와 책상을 에워싼다.
  선생님 주려고 샀다며 살며시 껌을 내밀고, 그것을 본 아이는 몰래먹던  별사탕 한 알을 얼른 손에 쥐어주곤 빨리 먹으라고 재촉한다. 어찌할꼬 망설이는데 때묻어 빤질빤질한 그것을 재빠르게 내 입에다 밀어 넣곤 환하게 웃는다.
  순수한 맛이 좋아 오늘도 이 아이들 속에 빨려든다. 내일은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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