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들은 1학년!(5)

새암 2005. 3. 8. 21:17
 

○ 창(참)꽃 개꽃


  척척 늘어진 개나리울타리에 노란 꽃이 하나 둘 보이더니 더운 한낮 우르르 몽땅 피워버린다. 뒤따라 창꽃 벚꽃이 다투어 산야를 질펀하게 물들이니 너도나도 꽃구경에 시름을 잊는다.

  냉이 뿌리 씹으며 단맛 익히고, 씀바귀 잎자루의 하얀 진에 쓴맛보고, 괭이밥 줄기 씹어 신맛 알아차린 아이들. 날마다 때마다 밖으로 나가잔다.

  학교뒷산으로 갔다. 잎 젤 먼저 피운 쥐똥나무가지는 제법 파랗게 어우러지고 있다. 야! 저것 봐, 새싹이 나왔다. 저기 꽃 폈다. 선생님! 오늘은 뭘 맛봐요? 아이들은 신바람이 난다. 지난번 왔을 때 보다 나무눈들은 뾰족이 솟아났고 어떤 것들은 연록 잎들을 물고 한들거린다. 햇살 고운 곳에선 귀여운 양지꽃이 노랗게 빛났다.

  산마루엔 서너 송이의 진달래꽃이 환하게 우릴 반긴다. 무궁화다, 진달래야, 코스모스야. 지난번 진달래 봉오리라 알려줬는데도 핀 꽃을 보니 헷갈리나 보다. 그림책으로 자연을 배워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글은 깨치고 입학하였으나 질서와 철을 모르는 헛똑똑이 들이 많다.

  진달래가 무리 지어 핀 곳으로 갔다. 꽃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 인사말을 건네고 한 송이씩 따 손바닥에 놓았다. 꽃잎 꽃술 꽃 색을 살폈다.

  “이 꽃은 먹어도 되니 맛을 봐요.”

  “왜 먹어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엔 들과 산에서 나는 풀들을 …….” 어떻게 먹냐며 안 먹겠다는 녀석들은 강제로 먹이며 맛과 향을 각인 시켰다.

  “원래 ‘참꽃’이라 했는데 한문 좋아하는 사람들이 진달래라 했어요.”

  먹을 수 있는 것, 맛있는 것, 귀한 것, 예쁜 것엔 ‘참’자를 붙이고 먹을 수 없는 것, 맛없는 것, 흔한 것, 덜 예쁜 것엔 ‘개’자를 붙였음을 일러줬다. 그런 예를 찾아보았다. 참새, 참외, 참이슬 정돈 바로 나왔으나 엉뚱한 개새끼, 개고기, 개소주, 개구리만 나온다. 얼마 후 ‘개나리’를 겨우 찾는다. 더 찾아보도록 숙제를 줬다.

  개꽃(철쭉)을 참꽃인 줄 알고 따먹으면 어쩌나. 때를 맞춰 찾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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