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12. 25. 글 | 글방에 앉아 ![]() |
2003/09/14 1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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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현재 : sT/잉걸 조회 : 500회 독자의견 : 4건 원고료 : 5,300원 당당한 대통령을 고대한다 미선 효순 촛불 추모행사에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21일).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미선이 효순이의 영혼을 달래는 추모행사와 촛불시위에 참석하기 위하여 대전역으로 향했다. 행사로 거리가 복잡할 것 같아서 중구청에 차를 세우고 걸어갔다. 날씨가 쌀쌀했다. 지하도로 내려갔다. 훈훈한 바람이 확 밀려왔다. 오랜만에 나와 걸어보니 어리둥절했다. 사거리에선 길을 물으며 갔다. 도로 가득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가의 밝은 조명아래 갖가지 모양의 상품들이 걸리고 세워져서 눈길을 끌었다. 조그마한 무대에선 불우이웃 돕기 음악회가 열려 청소년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사거리 곳곳에선 자선냄비가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구세군의 종소린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지 못하고 처량했다. 지하도를 빠져나와 역 광장으로 갔다. 생각과는 달리 행사장엔 사람들이 많진 않았지만 지난 여름 땡볕아래 대회 때완 달랐다. 각종 단체들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구호를 적은 푯말들이 번쩍였다. 추운 날씨에도 종이를 깔고 앉은 이들은 엉덩이가 차가와 오는데도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엄마와 함께 앉아 있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 친구가 보내는 편지, 안일한 정부 규탄, 미군의 만행 보고, 살인 미군 재판 무효, 부시 사과, 소파 개정, 미군 철수 등의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좀더 모였다. 50대의 어떤 아저씬 '모 후보 선거 연설장이냐'고 묻는다. 이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후보의 차량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설명했더니 미국을 왜 반대하느냐는 듯 가버린다. 허탈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교원단체와 추진위 측에서 종이컵을 끼운 초를 나누어 주고있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우금치' 놀이패의 진혼제가 이어지는 동안 초에는 불이 붙어 조용히 광장 가득 번지고 있었다. 나도 옆 사람이 전해주는 촛불에 초를 대고 불을 붙였다. 오늘 행사에 참석하자고 아이들에게 권했는데 혹시 만나려나 해서 초 하나를 더 얻어 주머니에 넣었다. 부시화형식이 이어지고 억눌린 한이 박수와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아침이슬'을 입모아 부르는 모습은 숙연했고 그 소리는 장엄하게 차가운 밤하늘을 갈랐다. 대학생들의 힘찬 풍물패가 길을 트고 '으능정이'거리까지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은 서두름 없이 침착했고 옆 사람을 서로 배려하며 진행됐다. 유월의 뜨거운 함성으로 나라사랑을 이끌었던 청소년들이 나라의 자주권을 찾으려는 제2의 독립운동에 또 주역이 되어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이들을 버릇없다, 철없다 질타하는가? 누가 이들을 한 줄 세우기로 기를 꺾어 입을 막는가? "소파개정! 부시사과!" 주고받는 구호엔 힘이 솟아 거리의 건물을 흔들어 밖을 내려다보는 시민들의 눈길을 잡았고 길가 나무에 깃들었던 새들을 놀라게 하여 밤하늘을 어지러이 날게 했다. 행진은 가다서다 느렸지만 모두들 여유 있었다. "미선이를 - 살려내라! 효순이를 - 살려내라!" 여학생들의 함성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어지는 "재판무효! 미군철수!" 남학생들의 함성엔 힘이 더욱 실려 아픈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초에 불을 붙였다. 기다리던 아이들이 왔는지. 길을 가득 메운 행렬 속에서 만날 순 없어 두 개를 들고 가다 아빠 품에 싸인 아이에게 건넸다. 한 쪽 길을 가득 메운 행렬은 200여 미터는 되는 듯 했다. 아빠 목말 탄 아이, 아이 손을 잡고 가는 엄마, 친구끼리 얼려 가는 초등학생, 책가방을 멘 중 고등학생. 모두가 이 나라의 새싹들이다. 번갈아 구호를 외치며 한 시간 여를 행진하는 동안 무리는 더욱 늘어나고 구호는 더욱 높아갔다. 손 시려 번갈아 한 쪽 손 주머니에 넣다가 촛불 위로했다 하며 행진했다. 월드컵 축구응원과는 다른 숙연함이, 분노의 함성이, 차가운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들이, 그 뒤를 따르는 군중이, 아이 손을 이끌고 행진하는 엄마의 모습이, 엄마를 따라가는 아이의 모습이, 목말을 태운 아빠의 모습이, 아이 손에 들린 파닥이는 촛불이, 발걸음을 멈춘 행인들의 엄숙한 모습이, 행렬 때문에 꼼짝 못하고 서있는 시내버스에서 불평 없이 앉아 동정 어린 시선을 주는 무거운 눈빛이 가슴을 눌러왔고 참았던 뜨거운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에 가슴 저려 오고 눈시울이 더워 왔다. 평범한 시민들이, 철부지란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엄마들이 아빠들이 애국자였다. 대통령이,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어정쩡 양다리 걸치고 있을 때 잡초인 민중은 깨어나 자주국민, 자주국가, 주권회복을 외친다. 그러나 그 외침엔 정부와 지도층에, 가진 자의 침묵에 대한 항의와 분한 마음이 차가운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새 대통령을 뽑았다. 노무현 당선자의 승리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승리다. 그의 삶의 역사는 우리의 삶이었기에 청소년에게 어려운 사람들에 꿈과 희망을 주고있다.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며 분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누구에게나 당당한 대통령, 대-한민국을 빛내는 대통령이길 고대한다. 초가 자기 몸을 다 태워 쥘 수 없을 때 즈음, 7시 52분에 집회가 끝났다. 돌아오는 길엔 배가 고파 다리가 휘청이며 길이 흔들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책임을 느끼며 학생은 포부를 키우고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더 없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길 바랬다. 언제 어디서 이런 군중의 힘을 사람 냄새를 체험할 수 있겠는가! 눈이 오려는지 날이 흐려진다. 우리의 효순이 미선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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