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퇴

새암 2008. 2. 28. 15:36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유한상 선생님의 명퇴를 축하합니다!


1학년 아이들은 2교시 정도 되면 느닷없이 밥 언제 먹어요?

밥 먹으러 가자고 하지요.

밥 먹을 때를 몰라서지요.

엄마들은 정월 대보름을 모르고 장담을 땔 모릅니다.

철을 모르니 철부지들이지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걷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를 맞추기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돈과 권력의 과욕에 장관내정자들 줄줄이 혼줄 나고 있습니다.

들고 남을 모른 철부지들 입니다요.

 

그런데 선생님께선 다르십니다요.

아직은 아이들과 몇 년은 버틸 수 있건만 달려오는 젊은 선생들에

그 자릴 내놓으십니다. 선생님의 용퇴에 머리 숙이며

남아 있는 우리들은 꽃을 드리어 명예로운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꽃 한 송이로 어찌 그 동안의 선생님 노고에 위로가 되겠습니까 마는

이 세상 모든 꽃들은 사랑의 아픔과 연계해서 태어난답니다.

제자들과 있었던 가지가지 사연 사건들에

속 뒤집어지고 속 썩일 때 마다

사랑으로 감싸느라 속이 시컴케 탈 때 마다

피우신 많은 꽃 중 한 송이 꽃입니다.

선생님이 피우신 선생님 닮은 꽃입니다.

선생님의 마음입니다요.

그래서 꽃은 아름답지요.


교육계의 앞날이 날로 험악해져 가는 즈음, 한 걸음 앞서 떠나심은

남아있는 후배 선생님들에 비해 행복하십니다요.


교원평가다 차등성과급이다 재임용이다 철밥통이다 하며 흔들어 대고 있으니 후배 선생님들은 시련을 많이 겪을 듯합니다. 이런 저런 꼴 안보고 떠나시니 얼마나 행복입니까.


금이 칠천 원 하던 때 만 칠천 원의 쥐꼬리 월급으로 살아왔습니다.

대신 연금제도를 만들어 노후를 보장해 준다기에 거기에 기대어 참고 왔습니다만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연금법을 만든다며 지랄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걱정 떨쳐버렸으니 얼마나 행복입니까.


엄마들 내 아이 기죽인다고 혼내지 마라 대들고

수요자 중심교육 하라며 담임을 선택하게 하고

오렌지는 틀렸으니 오린쥐 하라며 원어민 넘덜 흉내 내라고 지랄이니

애들 기는 펄펄 이오 선생들 기는 땅이라

선생존경은 개 물어 간지 오래 �네요.

그래도 선생님은

맘대로 아이들 다루었어도 존경을 받았던 때 있었으니

철마다 찾아주는 제자 있어 얼마나 행복입니까.


예(禮)는 무능한 것이고 헛것이라며 실용을 외치는 자들

돈 많은 자들이 큰 소리 치는 세상

육백년을 참아 오던 숭례문은 그들의 무례함이 괘씸하여

불길 당겨 활활 타버렸습니다.

무너진 예의 도덕을 바르게 세우란 경고이건만

정글의 법칙을 외쳐댑니다.

사람됨 가르치는 스승 되긴 다 틀려먹었으니 진흙탕 되기 전 발을

빼시니 얼마나 홀가분합니까.


다만 못 다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 없겠습니까마는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막기시고

나를 위한 삶에

새로운 삶에서 더 큰 보람 이루시길 바라며 어느 어른의 수기를 소개합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 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간밤엔 하얀 눈이 내렸군요.

겨울 감 아쉬움에 그 끝자락 붙잡는 마지막 추위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새봄에 자릴 내놓는 법입니다.

천년을 살 것처럼 당당한 우리들도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평생대학원에 입학할겁니다.

선생님이 앞서 닦아 놓은 길 따라 선생님을 본보기로 배울 떼니

제2의 삶을 멋있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 유한상 선생님의 건강하심과 새로운 삶에 선생님의 하나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시다.


이천 팔년 이월 스무 이렛날


교직원 드림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월장병 권리찾기  (0) 2012.03.05
삼가 명복을 빌면서  (0) 2008.10.03
촛불  (0) 2005.03.15
글방을 만들고  (0) 200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