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답사

새암 2005. 3. 7. 23:13
 

답  사

 

새봄 시작되던 6년 전

하얀 콧수건 앞가슴에 달고 엄마 손에 끌려

빨강 노랑 파랑 깃발 앞 옹기종기 모여

입학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입학 때 보다 더 큰 축하 받으며 졸업하니

선생님과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에 가슴 뭉클 눈시울이 뜨거워 옵니다.


인자하시고 자상하신 선생님!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지난날들이 떠오르네유. 

순진했던 1학년 시절.

숫기 없는 철이가 바지에 응가 했을 때

운동장 체육 한다 우리들 내몰곤

화장실 문 걸고 엉덩이 닦아

주인 잃은 바지 입혀 돌려보내 주신 선생님.


거짓뿌렁 잘하던 2학년 시절.

학교 길에 사온 예쁜 수첩을

옆 짝이 자기 것이라 우긴다며 눈물 빼는 순이에게

오는 길에 잃어버린 것 같다며 똑같은 수첩 사 오라 하시곤

이름 예쁘게 써 책가방에 넣어 주시던 선생님.


싸움 잦던 3학년 시절.

책상 위 이리 뛰고 저리 넘다 엎어지고 자빠지고

교실 뒤쪽은 씨름장 복도는 달리기장

코피 터져 징징거리며 싸움이 많았던 저희들 혼내고 달래다

악수하고 안아주고 코 비벼 환한 얼굴로 돌려보내 주시던 선생님.


말썽 많던 4학년 시절.

공부시간 자리 안 지키며 맘대로 돌아다니고

신발 감추기, 똥침 주기, 걸상에 껌 붙이기, 지집애 아이스께끼,

갖가지 심술로 수업 분위기 흐려 놓던 욱이가

참고 이끌어 주심이 고마워 꽃 한 송이를 몰래 드렸던 일

그 때 아이처럼 활짝 웃으시며 좋아하시던 선생님.


샘 많았던 5학년 시절.

선생님은 누구만 이뻐하고 편애한다며 수군대고

어느 선생님과 연애한다 뒤깐 벽에 낙서하고

선생님 등뒤에서 삐쭉거리며 불평하던 우리들에게

자상한 글 일기장에 남겨주시던 선생님.  


왕따의 6학년 시절.

공부 잘 한다고, 옷 잘 입는다고, 전학 왔다고, 키 크다고 작다고

별별 이유 달아 왕따 시키고

왕파 대파 짱 몰려 친구들 맘 아프게 한 저희들

하나하나 불러 타이르시며 상대방 입장 생각케 하고

배려하는 마음 깨우쳐 주신 넓은 마음의 선생님.


지난 6년

모든 것 서툴고 낯설어 쩔쩔매던 저희들

하나하나 손잡아 따라오도록 기다려 주시느라 속 까맣게 타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데

안아 주시고 격려해 주신 깊은 사랑 큰 은혜 잊지 않고

꿈 향해 열심히 공부하여 암탉 잡아 동동주로 보답할께요.


고마우신 부모님!

컴퓨터, 피아노, 태권도, 속셈, 영어,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게 해 주시고

게임씨디, 자전거, 롤러브레이드, 스케이트, 장난감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다 사주신 부모님. 

공사판 식당일 가리지 않고 고생하시는 부모님에게

더 많은 것 쪼르고 투정 부려 엄니 아부지 맘 아프게만 했구만유.


자랑스런 아우들이여!

느티나무 은행나무가 든든히 지키는 정든 학교

축구 하느라 운동장 빼앗고

선배 몰라본다 화장실로 끌고 가 구십 도로 인사시킨 일

모두모두 미안하구나.

만국기 높이 걸고 목 터져라 응원했던 가을 운동회

운동장 가운데에 모닥불 크게 피워 신나게 춤추었던 일

소중한 추억되어 언제까지나 잊지 못 할 겁니다.


아! 잊지 못할 선생님!

소풍 현장학습 체험학습 수학여행

우리들 마음 키워 주고 우정 깨우쳐준 ‘신라의 밤’

행사 준비하다 손 크게 베어 병원에 실려간 밤

식이가 무사하길 기도하고 눈물 흘리며

너와 난 서로 서로 연결 되였음을 깨우쳐 준 ‘신라의 밤’

넘 웃어 배 아팠던 장기자랑

자기 몸 태워 어둠 밝히는 사람 되라 준비해 주신 촛불행사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선생님 보고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우리 학교에 계셔 주세요.

사랑하는 아우들이여!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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