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 2007-05-30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참 좋습니다.
아침마다 끈질기게도 일어나지 않는 우리들을
어르고 달래서 냇가로 나가 운동시키시던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참 다행입니다.
잠에서 덜 깨어 비실대던 우리 옆에서 같이 뛰시면서
하루에 하나씩 영어 속담을 외워 보자며
뻣뻣한 혀로 우리 귓가에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신 문장..
롤링 스톤 게더스 노우 모스~!!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참 행복합니다.
발표력을 길러 주신다고 이것저것 질문도 하시고
별거 아닌 일에도 마구마구 칭찬해 주시던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참 고맙습니다.
우리가 아프다고 징징댈 때
늘 잠도 못 주무시고 밤새 다리도 주물러 주시고 간호해 주시던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참 감사합니다.
겉으로 따듯하고 다정다감하진 않으시지만
무뚝뚝한 말 한 마디에서, 안타까운 눈빛에서
그리고 간간히 보내주시는 어설픈 문자메시지에서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푸근하신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늘 죄송합니다.
아버지 마음도 몰라 주고
매일 안 일어나려고 베갯닢에 얼굴을 묻고
우리 3형제 돌아가면서 깨우시느라 아침부터 진땀 흘리시던 아버지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늘 부끄럽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스무날, 백날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아침마다 우리를 개울가로 데리고 나가시던 아버지
그럼에도 아버지 말씀을 안 들으면서 우리끼리 말했습니다.
아버지 정말 존경스럽다고..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늘 가엽습니다.
일터에서 힘겹게 돌아오시면
토끼같은 자식이 되어 반기는 게 아니라
웬수같은 말썽꾼이 되어 속만 썩혀 드린 아버지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늘 불쌍합니다.
간혹 힘들어 안마해 달라고 하시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피하기만 하고
대충대충 하다 얼른 나가 버리고..
아버지가 말 붙이려고 하면 늘 바쁜 척하고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바르고 곧은 성품으로,
옳다고 믿는 것에는 강직한 신념을 굽히지 않으시는
우리 아버지를 우리가 닮을 수 있어서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여서
정말 존경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