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논란의 바닥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국립공원 입장료의 폐지가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의 선심행정으로 비칠 것이라는 정치성 발언과 주장이다. 여당의 일부 의원과 관련 정부 당국이 ‘선거를 앞둔 선심행정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고, 여기에 일부 신문의 논조가 호응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수 천년 있어온 경치 좋은 곳을 모든 국민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나라에서 지정한 곳이므로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것부터 무리가 있었다. 세계 어디에도 본래 있던 아름다운 강산을 드나드는 데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입장료를 받는 나라는 거의 없다. 아름다운 풍경을 해칠 수 있는 야영장, 주차장 등 땅모양 바꾸기의 원인행위를 하는 야영객이나 차량 이용자에게 시설이용료를 받는 것은 거의 공통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당국의 어려움을 모르지는 않으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는 정부의 행정적 노력이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가지게 한다.
두 번째는 사찰 입장료라는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 입장료를 한묶음으로 생각하는 오해이다. 이는 두 가지 요금을 함께 받고 있어서 생긴 오해인데, 당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재는 구경은커녕 존재 유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 한 것임에 틀림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문화재가 있는 지역 안을 지난다고 해서 요금을 더 받지는 않는다. 다만 이름난 문화재나 박물관의 경계 안으로 관람 의지를 갖고 입장하는 경우, 요금을 받는 경우는 많다. 이제 우리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문화재가 있는 건물이나 울 안에 관람의지를 가지고 보러 오는 사람에게만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 물론 요금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인지 여부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오해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수익자 부담원칙에 해당한다는 생각이다. ‘수익자 부담’이란 국가재정으로 벌인 공공사업으로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특별한 혜택을 입게 될 때 부담을 감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초등학교 교육도 일부의 혜택이 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는 수업료와 공남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들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지금은 초등 교육을 일부가 받는 특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국립공원은 모든 국민이 즐겨 찾는 곳이며, 국립공원의 방문은 평범한 일상에 가깝다. 국가가 국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관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1년이면 우리 인구의 절반이 훨씬 넘는 3천만명이 이용하는데도 일부 특별한 사람들이 혜택을 보니 수익자 부담 원칙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국립공원의 입장료 폐지 문제는 복지행정의 중요 시책으로 부상되어야 한다. 입장료 도입 당시의 결정이 어떠했든, 지금은 소신 있는 국민의 소리를 행정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참고로, 지방선거에서는 구체적 지역의 일이 아닌 국립공원 입장료와 같은 정책(공약)의 결과로 표심이 움직이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국립공원 입장료의 폐지로 지방선거에서 표심이 움직인다거나 표를 더 얻을 수 있겠다는 계산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안원태 / 한국경제사회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