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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이름

새암 2006. 7. 1. 10:02
한자음을 표기한 것인데, 이전에 그렇게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으셨죠???
아직도 불어불문학과라고 표기하잖아요... 그쵸? 사전에도 표기되어 있구요. 맞춤법 상 이런 표현이 가능한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으세요? 교정을 봐야 하는데, 갑자기 혼란스러워지시죠? 그럼 한번 연구해볼까요?
 
베를린을 한자로 표기할 때 가끔씩 사용되는 백림(伯林)은 일본에서 베를린을 음차하여 만든 한자어가 들어와서 우리식으로 독음하는 것으로 일본말이지 한자어가 아닙니다. 伯林 이라는 한자어를 만든 일본에서 이 한자어에 대한 발음은 베루린입니다. 전 세계에서 베를린을 백림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니 영국이니 하는 말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일본어입니다. 이 역시 일본어로 원래의 이름에 비슷한 발음이 나는 한자를 붙인 것을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서 우리식 한자 독음으로 읽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잉글랜드- 영길리(英吉利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이기리즈, 이기리즈는 잉글랜드의 포루투갈어 표현인 Inglez 를 음차한 것임) - 영국
프랑스 - 불란서(佛蘭西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후란스)
이탈리아 -이태리(伊太利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이타리아)
도이칠란트 - 독일(獨逸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도이치)
홀란드(네덜란드의 다른 이름) - 화란(和蘭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오란다)
스페인(원래 이름인 에스파니아의 영어식 표현) - 서반아(西班牙)
오스트레일리아 - 호대리아(澳大利亞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오스토라리아) - 호주(澳州)
그리스 - 희랍(希臘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기리시아)
러시아 - 아라사(俄羅斯), 로서아(露西亞 - 일본식 한자읽기로 읽으면 로시아)
 
미국이나 영국은 다른 예이지만 이탈리아를 이태리, 스페인을 서반아, 프랑스를 불란서라고 부르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런 한자어가 만들어진 나라에서는(일본이던 중국이던) 이들을 모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가까운 발음으로 읽습니다. 게다가 영국의 어원에 해당하는 영길리는 잉글랜드의 포루투갈식 표현인 Inglez 로부터, 네덜란드를 의미하는 화란은 원래 네덜란드의 한 주(州)에 해당하는 홀란드로부터, 서반아는 원래 이름인 에스파니아의 영어식 표현으로부터 왔으니 영국, 화란, 서반아 등은 그야말로 국정 불명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이정도면 이들 단어들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설명이 되겠지요.

참고로 미국은 처음에는 중국에서는 아메리카의 음차인 '아묵리가(亞墨利加), 아미리가(亞美里加), 아미리견(亞美利堅ㆍ亞彌利堅ㆍ亞米利堅)'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亞)자가 떨어져 나가고 미리가(美理哥), 미리견(美利堅ㆍ彌利堅ㆍ米利堅) 등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영길리가 영국이 된 것처럼 이를 간단하게 줄여서 미국이 된 것입니다. '아'자가 떨어져 나간 이유로는 단어의 맨 앞에 오는 '아' 자를 정관사 a 로 오해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치 과거 유럽에서 아라비아의 연급술을 도입하면서 'alchemy' 의 al 을 아라비아어의 정관사로 오해해서 chemy 라고 부르던 것이 화학을 의미하는 chemistry 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한편 과거 미국에 대한 다른 호칭으로는 육나사질국(育奈士迭國, United states) 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이 미국을 米國 으로 표기하는 이유는 1854년에 맺은 미ㆍ일 수교 조약 때 미국을 지칭하는 공식 호칭을 아미리가 합중국(亞米利加合衆國)으로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