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를읽고] ‘386부모의 영향’은 심각한 오보가 될 수도 / 정대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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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든 ‘2.0 시대’ 세상이 놀랐다” 읽고
역사는 늘 앞세대에 대한 반성적 행위를 하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창조됐다. 중고생은 언론에 포착되지 않을 뿐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기들 세상을 준비했다.
“촛불 든 ‘2.0 시대’ 세상이 놀랐다”는 5월14일치 기획기사를 잘 읽었다. 한겨레만이 쓸 수 있는 중요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정치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이기에, 또한 무엇보다도 평생을 대학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70년대 중·후반의 나의 대학시절과 늘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기획기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할애한 지면에 비해 아쉬운 대목이 더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10대 학생들이 왜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가 중요한데 잘못 해석하면 단순히 ‘먹거리에 대한 불안’쯤으로 좁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중·고등학생은 지난 50년간 ‘잊혀진 세대’였다. 1960년 4월 혁명을 계기로 1900년대의 학생운동은 중·고등학생운동에서 대학생운동으로 질적 전환을 하게 된다. 이 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60년대 이후 반군사독재 저항운동을 대학생이 담당하면서 중·고등학생이 역사의 현장에서 실종되었고 특히 80년대 이후 전대협과 한총련의 등장이 그런 경향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고등학생은 죽은 세대였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한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주류 흐름에서 배제되고 소외됐을 뿐이다. 우리마저도 10대인 중·고등학생을 입시기계 정도로 치부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미성숙한 세대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기사에도 이런 분위기가 사실상 전제돼 있다. 이런 점에서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중·고등학생들의, 그들만의 사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둘째, 약간의 역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제하 저항운동사에서 광주 학생들의 저항은 앞세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젊은 세대의 고유한 자기표현이기도 하다. 해방 후 4월 혁명을 주도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까? 해방정국을 주도했던 좌파진보세력의 영향을 받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1960년 당시 시점에서 영향은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이승만 독재뿐이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앞세대에 대한 반성적 행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젊은 세대의 특징이자 미덕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70년대의 학생운동과 80년대의 학생운동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최근 10대의 출현을 ‘386부모의 영향’이라고 표현하면 심각한 오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훌륭한 386부모를 두지 못한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괴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사회의 정의를 따라 배우기도 하지만 사회의 불의에 용감하게 떨쳐 일어서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7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80년대에 대학원 과정을 거치고, 그 이후 대학교수로서 대학생을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은 역사는 늘 언제나 새로운 세대에 의해 창조된다는 것이다. 그 창조는 기성세대의 몫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고유한 몫이다. 그들은 언론에 포착되지 않을 뿐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기들 세상을 준비한다. 장강의 앞물은 뒷물이 밀어낸다. 역사는 기성세대가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밀어가는 것이다. 역사의 후륜구동성이라고나 할까?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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