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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를 왜 그리 들들 볶나

새암 2008. 3. 10. 23:30
학생·학부모를 왜 그리 들들 볶나
글쓴이 : 반달곰 조회수 : 5708.03.05 14:01 http://cafe.daum.net/shm16/7F1N/2953주소 복사

전국 단위의 진단평가가 교육계를 혼란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단체들이 반대시위를 벌이고, 학생들도 성적순 줄세우기 시험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으며, 교사들의 반대성명도 잇따른다. 이미 예고됐던 반발이지만, 전국 진단평가를 추진해 온 시·도교육청은 요지부동이다. 학년말에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를 벌인다고 한다.

 

물론 당국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단계마다 진단·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학생들의 전체적인 수준과 뒤처지는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다. 진단평가의 목적은 그것이고 거기에서 그쳐야 한다. 일부 학교에선 지금까지 그런 의미의 진단평가를 해 왔다. 지난해 교육부가 이것을 무작위로 추출한 1%의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한 것이 화를 불렀다. 각 시·도교육청이 이것을 전국 단위 시험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진단평가가 10년 전 각종 부작용으로 폐지됐던 전국 일제고사의 부활을 뜻한다는 점이다. 당시 일제고사는 성적순 줄세우기의 숱한 부작용 때문에 폐지됐다. 우선 일제고사는 아이들을 성적 경쟁으로만 내몰아, 창의력 개발이나 인성 교육을 실종시켰다. 또 등수 경쟁이 단기적인 학력신장 효과를 가져왔지만, 곧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경쟁은, 앞선 아이는 지치게 하고, 처진 아이는 포기하도록 했던 것이다. 셋째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없애 버린다. 아이들은 문제풀이 방법만 습득하고 외울 뿐이었다. 게다가 학부모에겐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을 안겼다. 지금도 전국 일제고사의 부활을 앞두고 학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번 진단평가에선 전국 단위 석차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지역단위 석차 백분율을 제공하기로 했고, 이를 좇아 각 시·도 역시 지역단위 석차 백분율이나 등급, 혹은 학교내 석차를 내도록 했다. 일제고사에 대한 비판 때문에 물러선 것이긴 하지만, 전국 단위의 시험인 만큼, 전국 서열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물론 그것이 교육적으로 쓰일 가능성은 없다. 기껏해야 학교 및 학생의 서열화와 무한경쟁에 이용되고, 일부 교육감 등 교육 선출직들의 선거용 업적으로나 활용될 뿐이다. 그 대신 학생·학부모를 지쳐 쓰러지게 하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시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