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뚝배기 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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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은 사회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흥적이고 저돌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차분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여 장래 전망까지도 고려하며 해결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지역에서 언어나 풍습 따위의 문화 내용을 공유하는 인간 집단인 민족도 마찬가지이다. 사물에 비유하자면, 전자를 ‘냄비근성’ 후자를 ‘뚝배기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의 행동유형을 단정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민족의 특성도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심리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그럼, 우리 민족의 경우는 어떠한가? 국회의원 선거, 시장 도지사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公約)과 서해 페리호 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IMF, 인천 호프 화재, 일본지하철 이수현, 효순이 미순이 장갑차 압사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사고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약속과 사고들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자신이 국민들을 위해서 그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공약(空約)을 한다. 또한 언론들은 그 무슨 사건과 사고가 터지면 천재가 아닌 인재라며 책임 소재지를 찾기 위해 호들갑을 떤다. 문제 해결의 본질을 파헤칠 능력과 의지도 없는 보수 언론은 국민들의 의식과 행정 담당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탓하며 ‘냄비근성’ 운운하며 자신들의 냄비언론을 표출하기도 한다. 냄비언론의 논조에 휘말린 냄비근성의 한국인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마녀 사냥식의 희생양을 찾는다. 그리고 그 희생양을 찾거나 사고의 해결 기미가 보이면 냄비언론과 그 언론에 휘말린 국민들은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잊어버리고 잠잠해 진다. 그리고 다시금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한다. 이런 한국인의 민족성을 비꼬며 일본인들이 말한 것이 한국인의 ‘냄비근성’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편승하여 보수 언론들은 ‘뚝배기근성’이 그립다는 식으로 민족 전체를 들먹이며 한(韓)민족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인의 병폐를 흔히 냄비근성이라고 한다. 쉽게 달아 올랐다가 쉽게 식어 버리는 냄비의 특성을 민족성에다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냄비근성이 과연 나쁜 것일까? 오히려 냄비 근성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냄비근성은 단거리 달리기로, 뚝배기근성은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해결해야 할 문제와 성취해야 할 목표의식이 분명하고 확실할 경우에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자극해서 한국민을 하나로 뭉쳐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한류열풍처럼 길고 긴 호흡으로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적 역량을 펼치는 일에는 뚝배기근성을 자극해서 면밀히 준비하고 계획해서 장기적인 효과를 기울이면 될 것이다. 이제 다시 지방선거고 이어서 독일 월드컵이다. 국민적 축제이기도 한 이 행사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냄비근성을 자극해서 국민적 구심점을 다시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아진 구심점을 은근하고 끈기있게 지속적으로 발휘하도록 하는 뚝배기근성으로 지속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냄비근성과 뚝배기 근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탈피하고 벗어 던지자. 무슨 일이 생기면 너도 나도 해결하려고 하는 냄비근성, 그리고 심사숙고하여 최선을 다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원래의 자아로 돌아와 냉정을 찾는 뚝배기근성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한(韓)민족이라면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닌, 한국 속의 세계를 품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민이 될 것이다. - 이수석 / 인천 동산고 철학교사
출처 :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