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들은 1학년!(4)

새암 2005. 3. 7. 22:51
 

○ 신비의 세계


  앞니 빠져 휑한 얼굴들이 더 귀여운 1학년 아이들. 그 애들 만나는 설렘으로 출근 길이 즐겁다. 삭정이 같았던 나뭇가지엔 어느새 물이 올라 꽃눈이 잎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불린 콩처럼 팽팽하다. 보도블록 틈을 비집고 돋아나는 잡초들의 생명력에서 계절 가고 옴의 신비함을 느끼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자, 오늘은 봄을 찾으러 나가겠어요.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잘 찾아 봐요?”

봄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어디에 있는데요?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날아든다.

  “겨울엔 볼 수 없었던 나비나 꽃처럼 봄에 볼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선생님, 겨울에도 꽃이 있는데요?” 한 녀석이 소리치자 순간 조용하더니 금새 그렇다며 시끌벅적하다. 때 없이 나오는 꽃이며 과일이 철을 잊게 하고 있음이다.

  학교 구석구석 살피다 쬐끄만 꽃다지 ‘보고’, 벌들의 웅성거림을 ‘보고’ 회양목 작은 꽃을 찾아냈다. 이렇게 작고 안 이쁜 것이 꽃이냐며 실망들이다. 모든 것은 다 소중하며 저마다 할 일이 있음을 곧 알게 되리라. 누런 잔디밭 헤집다 파란 싹 ‘보고’, 땅 뚫고 흙이고 올라오는 할미꽃 싹을 ‘보곤’ 신비스러워했다. 가시 달린 산당화 가지의 빨강 꽃봉오리 ‘보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흰나비 ‘본’ 아이들, 나비 쫓아 어지러이 날아가고 나만 홀로 남았다. 반가운 것들이 나타나 뵈게 되어 봄으로 ‘봄’이라 했음을 알았으리라.


  봄 알리는 귀여운 제비꽃. 아이들 제일 반기는 노란 민들레. 고향생각 나게 하는 연분홍 살구꽃. 간밤에 훌쩍 솟아 오른 할미꽃 싹. 틈마다 찾아가 인사했다. 하얀 솜털 뽀송뽀송한 것이 아기 손 같다며 경이로워 하는 아이들. 고개 숙인 할미꽃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빨간 꽃잎을 보곤 기쁨을 감추지 못해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