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들은 1 학년(1)

새암 2005. 2. 26. 11:11
 

  우리들은 1학년!                                                                    


-교육은 아동․교사․부모의 일체감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학부모와의 교육상담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가 있던가? 학교를 열고 교실을 열어야 하리라. 아이들과의 끝없는 싸움에 지쳐 있을 때 충고와 격려로 활력을 찾게 해준 사연들이 고맙다. 그 학부모, 사춘기 소녀, 신혼부부, 병아리 교사들 모두는 사랑을 배우는 1학년이다. 사는 재미를, 교단의 재미를 더해주는 1학년 생활을 회상해 본다.-


                                      


  올해도 입학추위는 어지러이 흩날리는 진눈깨비와 함께 질척질척한 운동장으로 왔다. 장갑 마스크 털모자로 무장하고 입학하러 오는 꼬마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맘때만 되면 할아버지 손에 끌려 넓은 운동장에 들어섰던 입학 날의 설렌 추억이 가슴에 달았던 콧수건 만큼이나 커다랗게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추억을 달아줄까?


○ 입학 날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마련해 주기 위해 며칠 전부터 입학식 준비를 했다. 빨노파 색색의 이름표에 이름 예쁘게 써서 옷핀을 꽂아 두고, 빨강 노랑 파랑 깃발을 만들어 놓았다.

  다른 날 보다 일찍 출근했다. 교문에 ‘축입학’ 현수막을 내걸고 반 배정 대자보는 벽에 붙였다. 입학식은 열 시라 이른 시각인데도 대자보 앞엔 엄마손 꼭 잡은 꼬맹이들이 기웃거린다.

  입학서류를 접수하고 이름표를 달아주는 동안 아이들은 빨강 깃발 앞에 꼬불꼬불 두 줄로 용케도 서있다. 웃는 듯 찡그린 듯 기쁜 듯 두려운 듯 뽀얀 얼굴 속에 박힌 까만 눈들이 파도가 되어 밀려와 덮친다. 순간 압도되어 더운 콧김이 쏟아졌다. 심호흡을 하고 나에게 쏠린 아이들과 엄마들 시선을 찬찬 붙들었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길게 이어지는 동안 찬바람에 시달리며 간신히 서있던 아이들은 더 이상은 참지를 못한다. 움츠러든 자라목을 빼어 두리번두리번 엄마를 찾는다. 아이와 눈길이 단 엄마는 참으라는 눈짓을 연방 보내며 잠시도 눈길을 떼지 못한다.

  꽃 피고 새 우는 사월에 입학을 하면 어디가 덧나는가? 분통이 터진다. 얼어붙은 마음들을 사랑으로 녹이고, 시작된 경쟁의 고통을 학교생활의 즐거움으로 날려보내 주마!


  ‘하나, 둘! - 셋, 넷!’은 식상하여 구호를 바꾸었다.

  “남자가 ‘우리는!’ 하면 여자는 ‘일학년!’ 하면서 걸어갑니다. 알았어요?”

  “예―!”

  “시―작!”

  “우리는! - 일 학년!” 구호가 엇박으로 잘 맞지 않아 서너 번 연습한 후 움직였다. 서로 잡겠다는 반 표시 빨강 깃발을 번갈아 들려가며 운동장 한 옆으로 이끌었다. ‘우리는-일학년’ 구호가 제법 어울리며 병아리들 삐약삐약 어미 닭 쫓아가듯 줄지어 따랐다.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가를 시합이라도 하듯 소리는 점점 높아가고 귀여움이 금방 운동장에 가득하다. 설렘과 기대감에 엷은 미소 먹음은 엄마들도 아이들 에워싸며 따라 나선다.

  목에 핏대 세우며 외쳐 대던 아이가 달려와 목을 만지며 호소를 한다.

  “선생님, 목구멍이 따가워요.”

  “씩씩하게 잘 했어요. 작은 소리로 해도 좋아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녀석은 특전이라도 얻은 양 의기양양하다.

 

  안전한 등하교 길 익히기, 부모님께 인사하고 학교 오기, 동무들과 잘 놀기 따위를 일러두고 첫 만남을 끝냈다. 엄마 손에 매달려 돌아가는 아이들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이 차왔다.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교무실로 들어와 찬물 한 컵을 단숨에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