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자들을 보내며

새암 2008. 9. 3. 21:06

 

동지들을 보내며!


  오다가다 옷깃을 스쳐도 전생에 몇 억겁의 인연을 맺어야 이루어진다는데, 이용훈선생관 세 번이나 같이 근무했고 장의순선생과 강철순선생님은 동학년을 하면서 술친구로 부르스 파트너로 놀아났으니 우리들은 보통의 인연이 아닌 듯합니다.

  이제 연 끊어 날 두고 떠나심에 못내 섭섭하여 한 말씀 드립니다.


  구수한 입담으로 좌중을 심심치 않게 하며 경험에서 터득한 교육비책을 전달해 주시던 이용훈선생,

  글씨에 발명아이디어에 발바닥 운동까지 온갖 재주 있건만 시댈 잘못만난 한량 장의순선생,

  조용한 듯 또렷하시고 없는 듯 향기 높으신 강철순왕언니

선생님, 

  세분께서 떠나시면 한동안 쓴 쇠주로 그 허전함 달래야 할 듯 하외다.

  

  속 허하고 입 구진함

  음담패설 세상불평 안주삼아 쇠주로 달랬는데

  욕으로 이기고 도전으로 비기며 배구했는데

  구멍 숭숭한 고목이 뭇 새들의 둥지가 되어주듯

  교단의 비바람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 돼주셨는데


‘만약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여러분’

윤복희씨가 부른‘여러분’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40여년을 교단에 계시다 떠나시는 것이니 못 다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어찌 없겠습니까마는 미친 교육으로 빠져드는 진흙탕에서 발을 빼시니 홀가분하시겠습니다.


  평생을 학교만 다니다 이제야 졸업을 하십니다요.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 하네요. 사모님 사부님과 학교 다니느라 못 나눈 정 쌓으시며 신혼 때처럼 살아가세요. 특히 이용훈선생, 그 유명한 가위 그만 휘두르시고 말입니다.

  소홀했던 가족 친지 친구 분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삶에서도 큰 보람 찾으시길 바라며 어느 어른의 수기를 소개합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 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입니다.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듯하지만 입추 처서에게 밀려났습니다.

  천년을 살 것처럼 당당한 우리들도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평생대학원에 입학할겁니다.

  선생님이 앞서 닦아 놓은 길 따라 선생님을 본보기로 배울 떠이니 제2의 삶을 멋있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 선생님의 건강하심과 새로운 삶에 선생님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시다.


이천 팔년 팔월 이십구일